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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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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셸 가는 길 (1) | PLEASE GIVE ME A REFUND!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수를 통해 배운다. 셀프 웨딩 촬영과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나서 그 배움에 드는 비용을 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세이셸 여행을 준비하면서 진정한 배움에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 건지, 정말 지불할 가치가 있는 건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수업료가 생각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세이셸은 아주 먼 나라다. 아프리카 오른쪽 바다에 떠 있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지금껏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먼 거리의 탓이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여행지들에 비해 정보가 많지 않다. 사람들이 전문가를 찾는 것은 '정보' 때문이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전문가의 도움 없이 무언가를 하겠다는 시도는 스스로 모든 정보를 찾아..
셀프의 시대 | 우리의 여행은 우리가 만든다 바야흐로 셀프의 시대, 거의 모든 정보는 오픈되어 있다. 덕분에 생애 첫 배낭여행을 떠나던 어리바리 스물한 살의 나와는 달리 농염해진.. 아니, 노련해진(!) 여행 경력자로서의 넘치는 자신감으로 결혼이라는 여행에 임하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안다. 여행은 떠난 자의 것이 아니라 준비하고 만들었던 사람의 것이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연히 알게 된 곳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고, 지도를 펴 목적지를 찾아보고, 현지 맛집 정보를 찾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부터 진짜 여행은 시작된다. 이 과정을 웨딩 플래너 혹은 여행사의 기획자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기대감을 가득 담아,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기로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셀프 웨딩 촬영이..
여행지 결정하기 | 우리 어디로 갈까? 우리의 결혼 이야기는 신혼여행지 고민에서 부터 시작된다. 처음에는 남 프랑스로 가려 했다. 잘 아는 이탈리안 친구가 매 년 가족 여행으로 다녀오는 곳이라며 소개해 주었는데, 르와르 밸리_Loire Valley를 따라 늘어져 있는 고성들이 그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럽단다. 카라반을 빌려 여행하면서 숲 속에서 잠들어도 되고, 호텔처럼 개조해서 숙식이 가능한 고성(古城)도 있으니 며칠은 그런 곳에서 지내도 될 거라 했다. 거의 마음을 정했을 때, 상견례 날짜가 다가왔다.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시간. 양가 모두 개혼이었다. “저희가 처음이라..” 가 몇 번 반복된 후 결혼 날짜 이야기가 나왔고, 8월 정도가 언급되며 ‘가급적 빨리’라는 의견을 내시기에 ‘올 해는 넘기지 않겠다’고 진땀 속에 대답한 후 마무리되었다...
PROLOG | 신혼여행, 어디로 간다고 했더라? “결혼 축하해~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 결혼을 발표하는 순간 사람들의 관심사는 신혼여행으로 쏠린다. “세이셸_Seychelles로 가” “응? 뭐라고?” “세이셸” “셰이... 뭐? 어디?” 신혼여행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 부부가 ‘세이셸’이라고 대답할 때,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 빼곤 단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 아프리카 쪽으로 간다고 간단하게 대답하면, 신혼여행 겸 선교여행을 가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구구절절 세이셸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오바마와 베컴도 다녀간 여행지예요,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고 불리고요, 가장 아름다운 해변 투표를 하면 항상 1위에 오르는 곳이에요. 아, 영화 보셨어요? 윌슨이 있던 바로 그 해변이에요~!” 그제야 ‘아하!’ 하고 무릎을 친다..
[2012 중국 속으로] 8/15 칭다오(青岛)에서 취푸(曲阜)로 - 칭다오 편 칭다오는 우리나라와 가깝다.실제로 나의 중국 첫 목적지가 청도로 정해진 이유도 그것이다. 여행할 만 한 도시 중에 비행기로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고 비행기 값도 가장 싸기 때문이다. 그 덕에 칭다오에서는 그동안 나의 욕심 때문에 어그러졌던 계획을 복구시킬 수 있었다. 칭다오는 욕심부리지 않을 수 있는 여행지이고 그래서 휴식같은 도시다. 이제 칭다오를 떠나야 한다.어제 마음을 정한 후로 칭다오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정리했다.떠날 기차표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호스텔을 나섰다.한 20분 걸었을까,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기차역사로 입장. ▲ 칭다오 기차역 풍경 ▲ 아줌마 다음에 내 차례~다음 정거장은 공자의 도시로 알려진 취푸(曲阜)로 정했다. 고민 없이 1등석 티켓을 사고 탑승 시간을 확인한 후 짐을 가지러..
[2012 중국 속으로] 8/13 서른즈음에 그 날 나는 서른살이었다. 라오스에서의 여름은 그 어느 이십대의 여름보다도 뜨거웠고, 그 후열은 칭다오에서도 식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는 내 인생이 삼십대에 접어들었음을 처음으로 '기억나게' 했던 날이 바로 그 날이다. 고집스럽게 중국으로 오기는 했지만 당시 나는 내가 오려던 곳이 칭다오인지도 몰랐고, 내가 앞으로 가려는 곳이 서쪽인지 남쪽인지도 모르는 그런 상태였다. 도착한 날은 거의 누워 쉬다가 케이스케와 겨우 저녁 정도 먹고 다시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역시 어디 나가고 싶은 마음도, 기운도 없는 채로 이 곳이 칭다오인지 아닌지 실감도 나지 않는 채로 그렇게 호스텔에만 종일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게으르게) 보내도 되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는 커녕 누가 뭐래도 오늘은 아무것도 안할 것이라고 마음을..
[2012 중국 속으로] 8/12 칭다오 불시착 ▲ 칭다오 행 항공편이 표시된 인천공항의 전광판 쫓겨나듯 출국해야 했다.영원히 함께일 것만 같았던 친구들도 한 순간에 모두 사라졌다.아침 이른 시간부터 몇 시간 동안이나 멍하니 공항을 배회했는지 모르겠다. ▲ 인천공항 면세점 길에서 시작된 실내악 연주 '우울 곱하기 우울' 상태였다. 우연히 시작된 공항 면세점길의 연주회가 마음 깊이 위로가 되어 그 자리에 발길을 묶었다. 피아노 건반 모양의 벤치에서 연주가 모두 끝날 때까지 홀로 조용한 관객으로 앉아 있었다. 눈물이 흐를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 공항의 무료 인터넷 전화로 호스텔에 방이 있는지 확인했다. 당시 나는 애매한 상황으로 인해 계획했던 모든 여행이 무산되고 한국으로 강제 귀국 조치 된 후 가장 비행기 값이 저렴한 칭다오로 불시착한 상태였다. ..
[2012 중국 속으로] 과거의 여행, 과거로의 여행 과거의 여행을 다시 꺼내 글로 쓰는 것이 의미가 있는 작업일까? 오늘 쓰는 오늘의 일기 만큼 실감나지 않는 데 더하여 회상의 감상이 더해져 오바스럽거나 심지어 거짓된 글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2012년 여름, 그 여행을 통해 경험하고 배운 것들, 꼭 기억하고 싶다.같은 곳에서도 나만 그렇게 느꼈던 나만의 차이 나는 여행.그것이 바로 지금의 내가 남들과 달라진 이유가 되겠다. "올 여름에 제대로 배운 스무 가지" 1. 피곤하면 잠시 쉬며 회복하기 2. 지금 함께 있는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기 3. 잘 모를 땐 지켜보고 기다리며 상황을 파악하기 4. 놓친 것보다 얻은 것에 감사하기 5.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기 6. 양보하기 7. 짜증나거나 화가 날 땐 혼자 있기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