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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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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준비 중 독일에 Bahn 하다_ 떠날 준비 중 : Brunch 에서 읽기 고백하자면 삶이 피곤해질 때마다 독일을 갈망했다. 우리 사회의 구조를 실감할 때마다 사회 구성원이 합리적인 대화로 각종 문제를 풀어갈 수는 없을까, 그런 나라는 정녕 없을까 하고 궁금할 때마다 독일이 떠올랐다. 독일을 알면 알수록-여자라서, 가난해서, 백이 없어서 놓친지도 모르고 지났던 기회가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의무를 다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실현 가능한 이야기임을, 기초적이고 당연한 권리가 힘의 논리나 경제력에 의해 침해받지 않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와 교육과 자연을 위해 (제발 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혜를 모으려는 사람들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나라.열심히 일한 만큼 삶이 ..
미래에서 온 책 미래에서 온 책 | 독일에 발을 담그자 >> BRUNCH 에서 보기 오늘은 2016년 7월 5일 미래에서 온 책을 읽기 시작한다. 몇 년간 꼼지락거렸던 독일, 독일. 슬며시, 발가락 하나 담가 볼까 어찌된 일인지 초판 인쇄일이 미래의 날짜다. 뮌헨 _Munich 처음에 뮌헨(Munich)에 간 건 뮌헨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에서 쫓겨나다시피 행선지를 구하다가 프랑스 니스행 기차에 이미 올라탔었다. 스물한 살의 나를 찾아 기차 저 끝에서 이 끝까지 달리며 이름을 외쳐 불러 준 '은인 아저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니스행 밤기차에서 내리지 않았을 거다. 본인의 VIP 티켓으로 기꺼이 내 좌석 하나를 더 얻어 주셨다. 자유로웠던 나는 어디로 가도 괜찮았지만, 아직은 너무 멀리 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여기는 천국, '웰껌뚤라띠이그' | Welcome to La Digue! 여기는 천국, '웰껌뚤라띠이그' | Welcome to La Digue! 라 디그 섬은 마헤 섬 항구에서 출발한 배가 한 시간 정도를 출렁이며 가면 도착하는 이웃 섬이다. 마헤에서 출발하여 프랄린 섬에서 배를 갈아타고 조금 더 가야 한다. 멀미가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배를 갈아타며 만난 꼬맹이들 덕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더니, 금세 친해져 내 포즈를 모두 따라 한다. 너희들은 이 깨끗한 나라에서 태어났고, 앞으로 평생 마음껏 이 바다를 누리며 자라겠구나. 그래서 이 바다처럼 예쁘게 살겠지, 부러워. 라 디그 섬과 프랄린 섬을 여행하는 날이다. 코코넛 기름을 짜 내는 공장도 보고, 무지하게 큰 거북이도 봤지만, 딱 두 곳, 두 바다를 잊지 못한다. 지구 상에 이런 곳이 있는..
나는 중국인일까? | 한국인으로서 세이셸을 여행한다는 것 나는 중국인일까? | 한국인으로서 세이셸을 여행한다는 것 한국인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세이셸에서 지내는 7일 간, 에필리아 리조트에서, 프랄린(Praslin)의 버스에서, 라 디그(La digue) 해변에서 신혼여행 온 것으로 보이는 커플을 딱 세 번 정도 마주쳤을 뿐이다. 비록 그들이 모두 싸우거나 울고 있어서 '어머, 한국인이신가 봐요?!' 하고 반갑게 인사도 못했지만 말이다. (신혼여행 가서 왜 그렇게들 싸우지... 그 아름다운 곳에서 울며불며 싸우는 장면은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웠다.) 한국인이 서양인들로 가득한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중국인이 될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중국을 좋아하고, 중국어를 좀 할 줄 알아서 덜 억울하기는 했다. 그러나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을만하면 한 번 ..
세이셸, 코코넛 청년과의 악연 | 불행이 가져온 행운: HV3 세이셸, 코코넛 청년과의 악연 | 불행이 가져온 행운: HV3 때로 행운은, 불행의 얼굴을 하고 온다. 칼을 들고 나타나 우리를 식겁하게 했던 코코넛 청년과의 인연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기분 전환 삼아 바람 쐬러 나갔던 리조트 바깥 어느 공터에서 남의 차를 뒤지고 있던 그를 마주쳤다. 이튿날 오전에 해변에 나갔을 때는 첫날보다 다섯 배는 더 큰 칼을 들고 나타나 큼직한 코코넛을 자르며 우리를 위협했다. 코코넛 청년 | 마담, 어제 왜 그냥 갔어? 내가 어제 코코넛 잘라주면서 오만 원이라고 얘기했잖아, 잠깐 저쪽 간 사이에 돈도 안 내고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 그리고 내가 어제 똑똑히 봤어. 저녁에 리조트 밖에서 마담이랑 마이 프렌(신랑을 자꾸 'my friend'라고 불렀다)이랑 차 타고 왔을 때, 나..
세이셸과 인사하다 | 코코넛 청년과의 악연 세이셸과 인사하다 | 코코넛 청년과의 악연 세이셸은 햇살로 인사한다. 낮잠을 잘까 했는데,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견딜 수 없었다. 밖으로 나오지 않고 베기나 보자, 하는 햇살이었다. 굴복할 수밖에 없는 눈부신 햇살이었다. 방 앞 쪽에 통유리로 되어 있는 문은 해변을 향해 나 있고, 뒤쪽 현관문은 로비부터 시작되어 이웃 빌라들을 연결하는 오솔길로 이어졌다. 신랑과 손을 잡고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따뜻했다.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깨끗한 공기가 바람에 살랑, 실려왔다. 아주 조금씩 숨이 트였다. 길가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 것도 아닌데 음악이 흐르듯 가볍고 경쾌한 새들의 지저귐이 울렸다. 간간이 우리를 스치는 사람들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기에, 우..
세이셸에서 해야 할 일 | 첫 숙소 110호 서울에서 숙소를 예약할 때, 11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세이셸 공화국의 어느 섬의 어느 해변이건 아무 곳이라도 좋으니 작은 오두막 하나 빌려 며칠 맘껏 '놀멍 쉬멍' 하다 오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안타깝게도 오두막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Air bnb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집들은 위치, 가격, 특색 등 여러 가지로 매력적이어서 배낭여행이나 가족 여행이었다면 마땅히 선택해 봄직했지만, 위생상태나 집주인과의 관계가 복불복으로 결정될 듯했다. 결혼식을 치르면 심신이 지친다는 결혼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숙소가 괜찮을지 조마조마해하는 스트레스까지 추가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웬만한 리조트들은 현실적으로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을 뽐내고 있었다. 방 하나에 500만 원, 700만 원..
세이셸 가는 길 (2) | 멀고 먼 그 길 로비 라운지에 앉아 들이키는 웰컴 주스 한 잔이 놀랍도록 달콤했다. 목을 타고 들어간 에너지가 핏줄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고 끝내 뼛속까지 흘러 들어가 두 눈을 '쨍' 하고 맑게 해 주었다. 환상적으로 펼쳐진 인도양의 푸른빛이 드디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결혼식으로부터 이 음료를 마시기까지 평생을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길고 긴 여정이었음을 고백한다. 아름다웠던 우리의 결혼식을 통해 혼인을 왜 인륜대사(人倫大事)라고 부르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겪을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가지 일 중에서 가족, 친지, 지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경우는 몇 번 되지 않는다. 결혼식이 그런 날이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분들이 소중한 시간을 내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