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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세계여행/중국 여행

[2012 중국 속으로] 8/15 칭다오(青岛)에서 취푸(曲阜)로 - 칭다오 편




칭다오는 우리나라와 가깝다.

실제로 나의 중국 첫 목적지가 청도로 정해진 이유도 그것이다. 여행할 만 한 도시 중에 비행기로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고 비행기 값도 가장 싸기 때문이다. 그 덕에 칭다오에서는 그동안 나의 욕심 때문에 어그러졌던 계획을 복구시킬 수 있었다. 칭다오는 욕심부리지 않을 수 있는 여행지이고 그래서 휴식같은 도시다.



이제 칭다오를 떠나야 한다.

어제 마음을 정한 후로 칭다오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떠날 기차표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호스텔을 나섰다.

한 20분 걸었을까,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기차역사로 입장.





칭다오 기차역 풍경


▲ 아줌마 다음에 내 차례~

다음 정거장은 공자의 도시로 알려진 취푸(曲阜)로 정했다. 고민 없이 1등석 티켓을 사고 탑승 시간을 확인한 후 짐을 가지러 다시 호스텔로 돌아간다. 기차 시간이 아직 여유로웠다. 룸메이트였던 남자아이들 + 어제 합류한 그들의 친구 둘까지 총 네 명의 아이들과 점심을 같이 먹는 것으로 칭다오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정했다. 마땅히 할 일도, 하고 싶었던 일도 없는 상태였지만 함께 만두를 먹으러 가는 것은 정말 기대되는 즐거운 일이었다. 숙소 앞쪽 길로 난 시장에 내가 좋아하는 고뿌리만두를 파는 집이 하나 있던걸 봐 두었기 때문이다.



▲ 아무리 사양해도 발휘되는 신사도 정신 (내 짐 들어주는 아이들)


▲ 돈은 돈대로 내고, 주문은 주문대로 하는 복잡한 시스템의 만두집


이 집이 만두집인지도 몰랐다는 아이들을 데리고가서 내 맘대로 먹고 싶은 모든 종류의 만두를 주문했다. 혼자 여행할 때의 거의 유일한 단점은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주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대인원이 함께 식사하는 일은 흔치 않은 소중한 기회다. 게다가 시를 읽고 글을 쓰는 아이들과 어젯밤 우리가 같이 낭독했던 서로의 일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먹는 이 시간이 유쾌하기 그지없다.



▲ 이틀 룸메이트였던 아이들과 칭다오에서의 마지막 만찬, 만두 한그릇


점심을 먹고서도 여유가 있었다. 
시장길을 따라 기차역 쪽으로 걸어가다보니 차도로 연결되는 모서리에 커피샾을 하나 발견하고, 함께 들어갔다. 

▲ 밥 먹고 커피샵 가는 길에서.


▲ 후식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어쩜 서로에 대해 의심을 품을 수도 있을 만큼 낯선 관계였는데도 이들은 친절인지 혹은 선행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나에게 관심을 쏟아 주었다. 함께 앉아 있던 이층짜리 이 커피샵을 올 해 다시 청도에 갔을 때 바라보면서 그 때의 고마웠던 마음이 문득 떠올랐다.


▲ 아이들은 기차역까지 나를 배웅해주었다.


떠나는 사람보다 남는 사람, 배웅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전에 아셴이 그렇게 나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다시 나를 보내주는 중이다. 기약할 수 없는 이별에서 남겨지는 아픔이 어떤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안함 같은 것이 마음 속에서 뜨겁게 올라왔다. 아무말도 할 수 없고, 그저 어색한 작별 인사로 마치 내일 다시 만날 것 처럼 손을 흔들 뿐이다.


▲ 칭다오(青岛)에서 취푸(曲阜) 가는 기차표



 청도에서 취푸로 가는 기차 안. 1등석 


인연이란 거.

만남과 헤어짐이란거.

여행이란, 삶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인지 모른다.

삶의 빨리 돌리기인 여행은 그래서 만남과 헤어짐이 매우 빠르게 반복되는 것이다.

이별의 아픔이 채 가시기 전에 다가온 새로운 만남, 그리고 시나브로 정들어버린 이들과의 또 한 번 이별.

이 아이들과 3일 새에 정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또, 남겨지는 사람이 되지 않았고.. 떠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밉기도 하련만- 기차역까지 짐을 다 들어주고 마지막까지 나를 배웅해 준다.

이번 여름..

이별의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이제 다시, 혼자다.


▨ 그 날의 일기 _2012.08.15 (수)


> 일정


9:50 기차역으로 출발

10:16 기차역 도착. 줄 섬. / 青岛~曲阜, 一等座 245위엔.

11:30 호스텔 짐싸기

12:00 점심: 고뿌리 만두 35위엔(?)

12:30 Tommy boy coffee

동헌's 블로그 cyworld.com/saxion

왓슨스, 폼클렌징 2개 34.9 위엔.

13:30 청도역 도착

13:55 기차 출발

어젯밤엔 동헌이가 일찍 잠들고, 공사를 해서 다행이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