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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기록/Review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삶은 당신과 나의 관계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살아있음의 의미를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사쿠라와 하루키의 만남은 나에게 삶의 의미, 관계의 의미, 선택의 가능성을 이야기해 주었다. 


영원히 '내일'이 있을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삶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의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모르고 산다는 것이 결코 삶을 연장시켜주지도 않는다. 짦은 삶동안 만나는 나의 가족과 친구가 결정적인 삶의 요소인 이유이다. 


추가로 있을 다른 인연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현재 맺고 있는 인연을 내 삶의 주요 등장 인물들로 인식해야 한다. 사쿠라에게 하루키가 그러한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고, 그 이후에 또 그런 친구가 없는 채로 삶을 마감한 것처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 표현은 사쿠라와 하루키가 서로의 반대되는 면을 동경했다는 것을 말로 표현한 것이다. '너의 발뒤꿈치라도 따라가고 싶어'의 다른 말인 셈이다. 스스로 살아온 삶의 방식을 합리화 하던 것에서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행복해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놀란다.


시간을 공유할 것이지부터 함께 하는 시간에 어떤 행동을 할 지, 어떤 관계가 될 지 우연히 되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혹은 상대방이 그랬기 때문에 나의 행동이 결정된 것처럼 여길 때가 많다. 특히 나처럼 정죄하기를 잘하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작가는 몇 페이지를 할애하여 그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었다고 외친다.


+ 나는 일 년 전에, 분명하게 선택했어. 너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 타인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을. 성공했는지 어떤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선택은 했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상대 탓 하기에 급급하던 나를 나무라는 듯하다. 내가 어떤 관계를 '선택'하느냐가 나의 삶을 결정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나에게 알려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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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아무도 관심이 없을 만한 일을 자의식 과잉처럼 줄줄 늘어놓고 싶지 않아."


+ "너는 그런 마음인지 모르지만, 나는 기분이 상했어!"

" 어, 그래? 미안하다."

의미는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사과했다. 화가 난 사람에게 유일하고도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나는 마다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도 다른 화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볼이 부루퉁한 가운데서도 서서히 표정이 누그러들었다.


+ "죽음을 마주하면서 좋았던 점이라면 매일매일 살아있다고 실감하면서 살게 된 거야."


+ 짧은 기간이라고 해도 목표가 생긴다는 것은 인간을 반짝반짝 빛나게 한다.


+ 타인과의 관계가 한 사람을 만드는 거니까.


+ 처음으로 나는 나 자신이 단 한 사람뿐인 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어.


+ "그래서 만일 너만 괜찮다면, 나하고 언젠가...... 언젠가 친구가 되어줬으면 좋겠어." (교코에게, 사쿠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 말)


+ 나는 일 년 전에, 분명하게 선택했어. 너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