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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기록/Review

여자가 타 본 테슬라 모델S (Tesla Model S)

지난 주 토요일(2017-05-13), 새빨간 테슬라 MODEL S 시승을 했다.


MODEL 3 를 사고 싶어서 3월 쯤 예약금을 내며 시승 예약을 했었다. 신랑과 내 이름으로 두 개 예약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순서가 되었다고 먼저 연락이 왔다. 신랑은 오늘까지도 연락이 없다. 예약이 많이 밀려 있다고 들었는데 나에게 먼저 순서가 왔다. 혹시 시승 기회 부여에 남/여 비율이 고려되는 게 아닌가 싶은 부분이다.


시승 일자 정하는 전화를 받았을 때에는 남편과 코스를 나눠 타 볼 수 있다고 안내 받았는데, 막상 시승 당일에 다시 요청하니 안 된다고 했다.


시승 예약 시간은 오후 2시.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걱정이 되었다. 늘 밀리는 청담대로에 비까지 내리면 운전에 집중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나는 운전병 출신도 아니고... 간이 크지도 않고...


매장에 도착했을 때는 흐리기만 했고 비는 내리기 전이었다. 모던한 청담 테슬라 매장 앞에 주차된 고급차들 사이에 우리 차를 주차하려니 가슴이 쪼그라 드는 느낌이었다. 우리차 옵티마는 결혼하면서 10년 이상 탄 중고(가스)차를 친척에게 받은 차다. 내가 초보 딱지를 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옵티마는 지금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다. 얼마 전에는 신랑이 한 번, 내가 한 번 차례로 벽에 박아서 오른쪽 엉덩이 부분 범퍼가 깨져 있다. 가끔 누가 뒤에서 살짝 쳐 주길 바라고 있는 요즘이다.




구입하려는 테슬라 차는 모델 MODEL 3 이지만 아직 우리 나라에는 S 밖에 들어와 있지 않다. 핑계 삼아 1억이 넘는 차를 운전해 본다.


차를 타기 전에 매장을 둘러 보았다. 남편은 직원 분과 기술테크전기자동차techtechtechblahblah... 남자들의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저 색상 샘플을 구경할 뿐이다. 대충 주워 들은 내용은 테슬라가 일반 자동차보다 부품의 개수가 확연히 적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외제차임에도 A/S 비용이 많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나마 있는 부품들도 대부분 모듈화 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튼튼하다. 


앞범퍼는 대범하게도 강철이다. 전기차라 무게가 많이 나가도 괜찮다고 하는데, 이유는 들었지만 이해가 안가서 패스. 나머지 부분은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져서 배터리와 그 외 부품들을 받치고 있다고 한다. 


▲ 단순한 테슬라 내부 : 가운데 판은 배터리가 들어가는 자리




지난 번에 사은품 받으려고 벤츠 시승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받은 느낌은 '감동' 이었다. 나의 안전을 책임져 줄 것 같은 든든함과 사용자를 배려하면서도 화려한 인터페이스가 나의 운전을 나보다 앞서 고민하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좋은 차를 타 보지 않아서 감동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테슬라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감동' 을 느낄 수 있는 차는 아니었다.



차의 외관부터 내부 구성까지 '군더더기 없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테슬라여서 가지고 있을 법 한 독특한 디자인은 없었다. 마치 내가 원래 타고 다니던 차였던 것처럼 조작도 쉽고 몸에 잘 맞았다. 운전석 왼쪽에 내 높이에 맞는 팔걸이가 있다. 운전 연습을 할 때 다른 운전자가 무시하지 못하게 창문 내리고 거기에 한 쪽 팔을 올려두고 운전해 보라던 신랑의 말에 따라 팔을 얹어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올려둔 팔이 아파서 자세를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테슬라에는 문 안쪽에 나한테 맞는 팔걸이가 있으니 편한 카페 의자에 앉아 운전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게 편했다. Hold 기능이나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조작하는 모든 기능이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계기판은 디지털 화면에 배터리 잔량과 남은 전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표시되었다 (화면 표시는 선택 가능). 핸드폰 화면을 보듯 친숙했다. 주행 중에는 핸들에 얹은 손가락으로도 화면 터치 없이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벤츠처럼 핸들 오른쪽 손잡이로 까딱거리면P-R-N-D 를 바꿀 수 있다. 이렇게 손가락 하나면 가능한 일을 지금까지 오른쪽 팔 전체를 써서 해 왔다는 것이 우습게 느껴졌다. 


핸들은 부드러웠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따로 시동을 걸 필요가 없고, 기어 변속 자체가 없다. 주행 중에도 특별히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매우 조용하다. 이것은 감동적이다. 정말 조용하다!


그리고 가속!

신호 후 잠시 텅 빈 거리를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빠르게 가속하여 달려 보았다. 도로 사정상 오래 달릴 수는 없지만, 한 번 해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별하다!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옆에 앉은 직원이 이 차가 스포츠카 급이라 이런 가속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 차를 끌고 아우토반을 달리면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 같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배터리 충전이라 시승 내내 직원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았다. 1-2년 안에는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않을 정도로 보급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면 불편할 것 같다. 




시승을 마칠 때 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와이퍼도 한 번 돌려보고 시승을 마쳤다.


테슬라S는 전반적으로 사용이 쉬웠다. 시승 하는 짧은 시간동안 이 차에 익숙해졌을 만큼 쉬웠다. 안정적으로 가속할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이번 시승으로 잠시 미래에 다녀온 기분이다. 조용하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차는 앞으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것이다.

게다가 예쁘고 쉽고 관리 쉬운 차 - 여자가 타기에 아주 좋은 차라고 생각한다.


어서 모델3도 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