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고대하던 날이다.
믿고 가는 정진호 선생님의 강의 이기도 하고, 언젠가 책 비슷한 것을 만들게 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은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막상 수업을 듣고 보니, 인디자인은 생각보다 더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수업 준비하기
강의 이틀 전에 신랑이 병원에 입원을 했다. 강의를 포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기로에서 나는 이미 병원에 있는 신랑 대신 컴퓨터 두 대를 켜고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다음번 수업에는 부디 강의 장소가 지상으로 올라가길...
교실 찾아가기
수업 장소는 '한국여행작가협회 지하 2층'인데, 건물에는 올라가는 계단만 있었기 때문이다.
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돌아서 내려가는 계단이라도 있는 것인가 해서 올라가 보기도 하고, 1층에 있는 카페 오른쪽 외부로 돌아가 보기도 했는데 지하로 내려갈 방법이 없었다.
정답은 그냥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입구만 들어서면 바로 왼쪽에 엘레베이터가 있고, 그걸 타고 내려가면 바로 강의실이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강의실
조금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자리를 잡고 1층에 있던 카페에 가서 긴 수업시간동안 마실 카페인을 주문했다.
치료중이라 커피를 마시면 안되는 신랑 것으로는 자몽에이드를 주문했다.
음료를 시켜두고 잠시 앉아 있으니, 카페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위안' 이라는 카페인데, 여행작가협회 건물의 카페여서인지 잠시 앉아만 있어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물씬 들었다.
벽에는 비행기 창문이 달려있고, 세계 지도가 붙어 있다. 여행지에서 손수 구해왔을 법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커피도, 자몽에이드도 흠 잡을 데 없다.
게다가 들어 오는 손님들이 두리번 거리기만 하면 "강의실은 지하 2층입니다,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가시면 됩니다." 라고 안내해 주기까지 한다. 찾기 어려운 곳이지만, 일단 한 번 알고 나니 숨겨져 있는 게 다행이다 싶은 그런 곳이다.
수업 시작
결혼 전에 (예비) 신랑과 함께 했던 행복화실 3기 이후로 페이스북에서 선생님의 소식을 종종 받고 있었지만, 2년 만에 다시 직접 뵈니 무지 반갑고 좋았다. 언제 봐도 여유롭고 따뜻해 보이는 분이다.
강의는 쉽고 재미있고 알차다.
혼자 해 봐도 될 것 같은 기술들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팁이 즐비하다.
예를 들면 이 엽서 같은 것이다. (강의 들은 사람들이 "아하!" 할 만한 것.)
딱 필요한 만큼의 깊이로 가장 자주 쓰는 기술을 전수해 준다.
복잡한 기술을 단순 명료하게 이해시키는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는 듯 하다.
종이, 인쇄, 타이포그래피 등 일반적인 정보와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꼭 알아야 하는 전문 용어까지 설명을 들으며 실제로 인디자인을 사용해 보았다. 이론과 실습을 동시에 진행하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4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던 강의 시간을 훌쩍 지나가 버렸다.
아쉽게 수업을 나와야 했던 시간, 마지막 화면 (중철제본 실습중-8페이지까지 텍스트 붙이기 완료)
엽서 만들기를 마치고, 중철 제본을 시작하려는데 시간은 이미 6시.
병원에 외출 신청을 한 시간이 다 되어서 어쩔 수 없이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맑은 날씨에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야 하니 답답하고, 시험판 7일이 지난 후에야 2기 수업이 있다는 것도 답답하다~
강의실을 나오기 전에 선생님이 "이제부터 재밌는데-!" 라고 하셔서 더 아쉬웠다.
오늘 인디자인의 맛을 보고 나니, 피피티도 포토샵도 나에겐 인디자인보다 못한 프로그램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확실히 들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반평생 모르고 살았다니!
오늘부터, soon-to-be 인디자인 홀릭이다.
출판사 필요 없소~ 이제부터 내가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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