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5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글씨를 써 보았다.
필수 준비물이었던 나무젓가락, 면봉, 빨대, 그리고 추가로 사용해 본 마스카라와 칫솔이다. 클립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앞에 있던 다른 수강생 (모범생) 분이 정말 다양한 재료를 넉넉하게 가져왔는데, 그 중에 치간 칫솔 하나를 나에게도 나눠 주었다.
재료의 결이 살아 있을수록 글씨는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으로 글씨를 써 보기 전에 선 긋기로 각 재료의 특징을 알아봤다.
붓 만큼 자유 자재로 모든 표현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재료의 독특한 질감이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특징'을 살려 다양한 표현이 가낭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아주 옛날엔 이런 식으로 주변의 재료를 가지고 끄적거리던 사람들이 좀 더 마음대로, 좀 더 부드럽게 쓰기 위해서 점점 좋은 붓을 만들다 보니 지금의 붓이 나타났을 것이다.
나무젓가락은 생각보다 먹을 오랫동안 머금고 있을 수 있다.
연필처럼 깎아서 사용할 수도 있고, 그냥 뚝, 부러뜨려서 잘린 표면을 거칠게 이용할 수도 있다.
면봉은 마치 보드마카로 쓰듯 미끈거리며 끝까지 잘 써 진다.
선의 끝 처리도 동그랗게 되고, 면이 머금은 먹의 양도 꽤 된다.
가장 의외였던 것은 빨대.
클립 만큼이나 먹을 담지 못하는 재질이라 이걸로 어떻게 먹을 쓰나.. 했다.
빨대를 기울여 구멍에 먹을 조금 담아서 (바가지처럼 퍼 와서) 종이에 쏟아 놓는 식이었다.
내가 의도를 했건, 하지 않았건, 결과는 늘 의외로 나온다.
빨대 끝에 조금 담겨 있던 먹이 '퍽' 하고 쏟아져 큰 점이 찍힌다.
재빨리 빨대를 끌어 글씨 방향으로 잇는데, 운이 좋으면 조금 길게 이어질 뿐이다.
원하는 모양 따위, 절대 완성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재밌다.
칫솔로 쓴 글자는 마치 전파 상태가 좋지 않은 TV 화면 처럼 나온다.
선생님이 보여 주신 예시를 따라 다양한 재료를 섞어 가며 연습을 해 본 후에,
시를 한 편 적어 보았다.
제목: 날 (A DAY)
주륵주륵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에 수채화
'재료 많은 모범생' 분이 색깔 종이 몇 장을 주어서,
면봉과 나무 젓가락으로 송년회 제목 포함, 몇 가지를 더적어본다.
끝~
'홍시별, 기록 > Artis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그란 글씨체 (0) | 2016.12.29 |
---|---|
발묵 (0) | 2016.12.08 |
바람이 분다 (0) | 2016.12.03 |
다양한 자음 & 한 글자 캘리 ; 별별별 (0) | 2016.12.03 |
궁서흘림체 ;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0) | 2016.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