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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기록/Tagebuch

[홍시별시 결혼이야기] 비스듬한 도어락

난생 처음 보는 도어락이 설치 되었다. 비스듬하게.

엄마가 가져다 둔 중고 제품들이며 오지랖아저씨 (우리 집 페인트칠 해 준 아저씨를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가 찢어둔 천장 새 벽지며 움직이지 않는 창문들, 부서진 의자, 흔들거리는 삐뚤빼뚤 콘센트 케이스... 

이 모든 것이 비스듬한 도어락에서 모두 폭발하고 말았다.


출근길에 설치기사에게 전화해서 다짜고짜 따져댔다. 아저씨는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해서 화부터 내는 나를 꾸짖었고 나는 반성하며 엄마에게 토스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내가 잘 몰라서 발생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걸 해 본 경험이 없으니 어디에 신경을 써야하고 쓰지 않아도 되는지 몰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일들도 모두 터져버린다. 좌절스러운 점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세상 모든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돈을 들여 맡기는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현대사회가 고도로 분업화, 전문화 되었다 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전문화의 수준이 당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만큼이 아니다. 너무 깐깐한가 싶어 이리저리 눈을 돌려봐도 거슬리는 것 투성이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이기적인 것과 깐깐한 것의 경계가 어디인지 헷갈린다. '기대치를 한참 낮춰야 하나?'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든다.


"눈이 높아서 고민이에요"


앞으로 무슨 일이라도 하려 할 때 사람을 믿고 맡길 수 없으면 그 인생이 얼마나 피곤할까 생각을 하니 기운이 쫘------악 빠졌다. 한 번 할 때 잘못한 일을 바로잡는 것이 오늘 아침처럼 이루어진다면 그게 또 얼마나 골치아픈 지 모른다. 해결이 잘 되더라도 골치, 해결이 잘 안되도 골치, 골치, 골치.


모든 일이 자동적으로 잘 되기를 바라고, 골치한 번 아프지 않고 좋은 것을 얻으려 하는 것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깐깐함을 없애기보다는 더 깐깐해지되 예민함을 거두고 (어떻게ㅠ?) 이 일에는 문제가 당연히 발생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것이 인생이고 좋은 것을 얻기 위한 값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