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반에 만나기로 했던 것 약속이
정오를 10여분 넘기도록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십대의 초반 어느 시간에 나의 기다림을 무심하게 넘겨버리고 가족과의 약속을 하고 있던 그 사람이 생각난다.
순하고 착했던 마음울 가졌던 어린 나는 혹여나 나를 신경쓰느라 가족과의 시간이 불편해질까봐 기다림조차 알이지 않고 있었다.
아마 다섯시간인지 여섯시간인지, 기다리지 말아야 했을만큼 긴 시간이었는데도 아무것도 모른채 편안히 시간을 다 보내고 나서야 나에게 온 그에게 기다리는 시간이 불안하고 조심스러워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내색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 후로 4 년이 지속된 우리 관계는 그런 기다림으로 채워지곤 했다. 나는 기다리고- 그는 미안해하며 뛰어오고.
기다림에는 댓가가 따른다.
잃어버린 나의 시간만큼의 기회비용과 기다린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보상심리. 미안하지? 그럼 나한테 더 잘해. 이런 식으로 미안한 만큼 무리한 요구에도 응해줘야 할 것만 같은 욕심이 스물스물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기다림의 댓가로 끈적거리는 집착이 생겨나곤 했다. 그래서 기다림은 결국 관계를 악화시킨다.
그 후로 결심했는데, 남자는 최대 3시간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나도 너도 지치게 하는 기다림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지키고 싶은 소중한 관계일수록 더욱.
미련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알람을 11시 반에 맞춰두고 마음이 편해졌는데, 세 시간이 되기 딱 오분 전에 연락이 와버렸다.
기쁜 마음 반, 다시 지치는 마음 반으로 다시 한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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