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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기록/Tagebuch

[수영] 황당한 월반

# 2017년 3분기 (7~9월) 시작


7월이 되면서 수영장에 새로운 회원들이 몰려올테니, 지난 기간 초반처럼 시끄러운 일이 생길 요소가 많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감아라, 빨리 빨리 해라, 여기 규칙이다... 하는 할머니들과 젊은 사람들간의 싸움들 말이다.


4월에 처음 왔을 때 머리에 샴푸 안하는 사람들 있는지 지켜본다고 수업시간 10분이 지나도록 샤워장을 지키고 서서 별 욕을 다하던 그 할머니를 떠올리며, 한 번 지나온 길이니 이번엔 누구랑 부딪치지 않으려고 다짐까지 하게 됐다.


역시 새벽 첫 반임에도 사람이 많았다. 관리하시는 아주머니도 바뀐 것은 예상 외였다. 지난 달보다 젊은 분 같으면서도 아주 허둥되는 스타일이었다. 그 분께도 오늘이 처음이라 힘이 빡 들어간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이 움직이면 물 떨어진다 소리를 치고, 탈수기 덜덜거리며 소리나면 마구 달려와서 기계가 고장이라도 난 것 처럼 난리를 쳐서 깜짝 놀랐다. 수평을 잘 맞추지 않으면 그런 소리가 나긴 하지만, 다시 펴서 하면 문제 없기 때문에 그렇게 인상을 쓰고 달려 올 일은 아닌데.. 마치 그 회원이 기계를 부숴먹은 것처럼 달려와서 소리를 지르고 물 떨어진다 잔소리를 한 후 나가셨다. 


샤워 다 하고 락커키 반납할 때 보니 또 왕 친절하다. 그 얼굴이 가면이라는 것을 이미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조심해야겠다.



# 황당한 월반


오늘 나를 의도치않게 상급반으로 올려 주신 핑크 수영복 아줌마도 그렇다. 25m 끝 쪽 벽에 매달려 있는 것을 분명히 확인 하고 출발했는데 본인을 앞서 갔다고 생 난리를 쳤다. 벽을 찍고 바로 출발해서 첨벙첨벙 한 두번 했을 때, 내 어깨를 잡고 세우더니, 야! 니가 잘하면 얼마나 잘하냐, 그렇게 앞서가면 어떡하냐, 하길래 서 계신 줄 알아서 그런 줄 몰랐다, 내가 쳤으면 몰라서 그랬으니 미안하다 했다. 출발하려고 하는건지 못봤다고 했더니 '그걸 못 볼 정도면 큰 일'이라나.. 하며 큰소리를 꽥 치고 가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빨리 갔을 뿐 친 기억은 없어서 억울했지만 혹시 모르니 사과를 하고 먼저 가시라 했다.


나 뿐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그러더라. 핑크 수영복에게 욕을 먹은 사람이 너뎃명은 된다. 앞에서 욕을 먹고 있던 아저씨 한 분께 앞질러 가서 그러냐고 물었는데 "난.. 몰라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하며 굉장히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각하니 그 억울하게 혼난 듯 한 아저씨 표정이 우습다.


그렇지 않아도 중급반 속도가 느리고 운동이 덜 되는 것 같아서 언제 상급반 가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플립-턴 연습을 하고 싶어서 그냥 이 레인에 있던 중이다. 이런 봉변을 당하고 보니 당장 여기를 떠나고 싶었다.


하필 오늘 우리 중급반 남자 선생님이 쉬는 날이라 옆 상급반 레인의 선생님께 상급으로 가도 되는 지 물었는데 우리반 선생님이 오시면 그 분과 상의하고 반 조정할 때 옮기라고 했다. 그 말도 맞으니, 알았다고 하고 다시 중급반 레일에서 수영했다.


잠시 후에 다시 시끌 시끌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들은 상급반 선생님이 왔다. 


선생님 : "무슨 일이세요?"

핑크 : "다들 앞서가잖아! 순서를 안지키고 다들 앞서가잖아!"

다른 회원 : "누가 그랬어요?"

핑크 : "저 사람도 그렇고, 여기 사람도 그렇고,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얘도 그렇고!!!!!"

선생님 : "회원님 더 빠른 분이 있으면 앞서갈 수 있어요. 그리고 (나를 보며) 회원님 올라가세요."


그렇게 나는 상급반으로 올라갔다.

레인을 옮기니 선생님이 나에게 살짝 물어본다.


선생님 : "그래서 옮긴다고 그랬구나~?"

나 : "네..."


다행히 옮겨간 상급반에서 매너가 제대로 탑재된 아주머니를 만나서 위안이 되었다. 

정신 없는 수업 첫 날 플립-턴 연습을 하려고 했던 것은 욕심이었나보다.

내일 중급반 선생님한테 오늘 일을 이야기하기는 해야겠다.



# 배운점


어딘가에 처음 적응할 때에는 어쨋거나 몸을 좀 사리고 조심조심 지켜보는게 필요한 것 같다. 오늘 그나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기수 시작할 때보다 데미지가 적은 것 같다. 내일은 또 화/목반 개강일이니 비슷한 다짐을 하고 시작해야겠지. 


초급-중급-상급 순으로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이 비단 운동만 잘 하게 된다는 의미가 아님을 깨달았다. 운동 뿐 아니라 매너까지도 레벨이 함께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각 반에 있는 사람들을 볼 때 수영 실력 외에도 그들의 매너가 초급-중급-상급으로 다름을 상기하게 될 것 같다. 물론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