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홍시별, 기록/Tagebuch

"BEFORE" & after

벼르던 책장 정리를 했다. 설 연휴에 가구 배치를 싹 바꿀 때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몇 가지 중 하나이다. 책장은 작고 물건은 많아서 이게 다 정리될까 근심이 한가득한 채로 두 달을 지냈다.


밤 12시까지 꼬박 3시간을 정리하고 나서 뿌듯한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정리하기 전의 책장 사진을 찍어 두지 않아 비교가 안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1. [AFTER] 정리 마친 책장 

책상에서 자주사용하는 것을 가까이 두고, 자주 쓸 물건은 중간층에 놓았다. 
거의 사용하지 않아도 버리기는 아까운, 가끔 필요한 물건을 잘 정리해서 수납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사진과 결혼 후 생긴 추억들도 앨범에 정리했다. 
방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잡동사니가 다 사라졌다.




지우고 싶은 기억, 빠져 나오고 싶은 상황, 원치 않는 현실... 

전부 피하고 싶던 것들인데, 다시한 번 확인하고 싶은 심리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엉망이라 빨리 해결하고 싶지만 해결되지 않은 상태를 기념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희한하게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나니, 어지러웠던 예전 상태를 한 번만 더 보고 뿌듯함을 느끼고 싶어진다. 과거의 안좋았던 상태를 떠올려 봐야 지금이 더 좋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이 더 좋은 이유는, 과거의 부족한 상태가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족한 것이 채워지기 전, 모자란 상태도 남겨둘 필요가 있다.

2. [BEFORE] 겨우 찾은 Before 사진 

의도치 않게 찍혀 있던 사진일 뿐이라 제대로 '엉망인' 모습이 담겨 있지 않다. 책상 쪽 정리된 모습을 찍으려니 어쩔 수 없이 나오는 부분을 마치 피하고 싶은 듯 한 구도이다. 게다가 화면에 필터까지 넣어서 사뭇 괜찮아 보인다. 나는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어 하나 보다. 아니면 안좋은 기억도 좋은 것으로 포장하고 싶어하던가.


3. 원래 사용하던 책장

이를테면, 'BEFORE OF THE BEFORE' 

이 책장은 완성되지 않은 채로 2년 반을 살았다. 정리해야지.. 정리해야지.. 하다가 답을 찾지 못하고 그냥 살았다. 자꾸 쓰러지는 책들, 한 번도 펴보지 않을 책들, 숨겨두면 좋을 잡동사니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볼 때마다 약간의 스트레스가 있었다. 

 


BEFORE 의 기억이 문득 그리울 때는, AFTER 가 만족스러울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