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투어에 대한 고민
대만에 간 첫 날까지도 택시투어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1. 버스타고 기차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천천히 여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대학생 때 7번 국도 도보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정동진부터 속초까지 아주 느린 속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걷다가 잠시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운전사가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를 순식간에 경포대에 데려다 놓았다. 젊은이들이 대단하다며 베풀어 주신 호의였지만 내가 원한 것은 '목적지까지 빨리, 편하게 도착하는 것'이 아니었다.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충분히 보고 누리는 것이었다. 만일 택시 투어를 하면 도보 여행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KTX 티켓을 선물하는 격이었다.
2. 불안해서.
올해 초 일어났다는 대만 택시기사 한국인 관광객 강간 사건 때문에 대만 택시투어에 대한 불안감이 최고조였다. 정식으로 등록된 회사임이 보장되어야 했다. 그러려면 호텔 같은 곳에서 연계해 주는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그나마 안심할 수 있는 방법인데, 그런 곳은 가격이 높을 것이었다. 수수료가 있을 테니 말이다다. 아무 택시나 붙잡았다가 괜히 여행을 망칠 수도 있으니 그건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었다.
3. 황금연휴로 괜찮은 택시 투어 업체 선택지가 줄어 들어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업체를 몇 군데 찾았는데 가격이 합리적이고 믿을만 해 보였다. 어떤 업체는 기사님들 사진을 전부 홈페이지에 올려 두고 아빠 같은 분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을 안내한다며 장담하기도 했다. 다만 그나마 고른 몇 군데 업체는 이미 예약이 꽉 차서 원하는 날짜에 투어할 수 없거나 8인승 차밖에 남지 않거나 했다. 아무래도 인기 많은 업체를 이용하긴 어려워 보였다.
투어 택시 섭외
일단 선발대로 대만에 갔다. 어짜피 마음에 드는 곳은 예약하기 어려우니 하루 지내면서 고민해 보려고 했다.
여자끼리 하는 여행이라면 불안함이 조금 더 했겠지만, 신랑이 있으니 불안감은 줄었다. 내가 중국어를 하니, 한국어 하는 기사님을 고르느라 돈을 쓸 필요는 없었다.
신랑과 둘이 암바 호텔에서 자고 일어나 머릿속에 고민을 안은 채로 오전에는 호텔 주위인 시먼역 부근을 돌아 다녔다.
[差异, 차이 나는 세계 여행/2017 대만홀릭] - [회갑기념 대만여행] 암바 타이베이 시먼딩 (Amba Taipei Ximending) + 아침식사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길거리를 구경했다. 유명하다는 소금 커피도 한 잔 씩 하고 '시럽을 꼭 넣어야 공차의 밀크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후가 되면서 호텔에 맡겨둔 짐을 다 들고 밖으로 나왔다. 암바 호텔에서 체크아웃 하면서 혹시 택시 투어를 예약할 수 있을 지 물어봐 두었다. 친절한 직원이 안내하길, 4,500 대만달러로 4인이 하루 (8시간) 택시 투어 가능하다고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음 호텔을 차자 가려고 했지만, 밖에 나오니 비가 똑 똑 떨어지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 근처에서 택시를 잡아 탔다.
그렇게 탄 택시가 매우 깨끗했다. 신랑은 앞에, 나는 뒤에 탔는데 뒷자리 양 쪽 문에는 생수가 여러 병 꽂혀 있었다. 기사 아저씨는 험하게 생기셨다.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 보면서 차도 둘러보고 운전 스타일도 봤다.
운전석 등 쪽에 택시 투어 안내 명함과 기사 등록증이 꽂혀 있었다.
"택시 투어도 하시나요?"
"네, 하지요."
가격을 물어보니 3000 대만달러 조금 넘는 수준으로 비교적 괜찮았다. 정식 등록된 기사인 지 알아볼 수 있을까 해서 택시에 붙어 있는 아저씨의 정보도 사진도 찍어 두었다.
▲ 택시 투어 기사님 등록증 (대만 연락처: 黄先生 0986800136)
내가 관심을 보이자, 만일 투어를 하려면 언제 시작하고 싶은지, 가고 싶은 곳이 어디 어디인지 물어보며 적극적으로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명함을 한 장 받고, 오늘 오후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체크인 하는 호텔에서도 한 번 물어보고, 고민도 조금 더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호텔 앞에 도착하자, 기사님은 짐도 내려주고 깍듯이 인사한 후에 떠났다.
체크인하며 호텔에서도 중개를 해 주는지 해서 물어 보았다. 세상에, 6,000 대만달러를 불렀다! 어짜피 같은 기사들일텐데 호텔에서 가만히 앉아서 기사에게 주는 만큼을 홀랑 먹는 거다.
호텔에는 그저 이 기사가 정식으로 등록된 택시인지, 불법적이진 않은지 확인해 달라고 한 후, 내일 오전 11시 출발로 예약을 부탁했다.
택시 투어 후기
예류 → 지우펀 → 스펀
돌아보니 택시 투어를 할 지 말 지 고민했던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택시 투어가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코스다.
한국의 유명한 인터넷 카페나 여행사 / 현지 호텔 등 중개업자를 끼지 않고 직접 섭외하는 게 좋겠다. 고민하고 여러 군데 알아봤던 보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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