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미용실에 다녀온 우리는 모두 컨디션이 좋았다.
맛있는 현지 음식을 많이 찾아 먹고 싶어서 호텔 조식은 마지막 날에만 예약을 했다. 엄마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은 식당을 하나 봐 두었는데, 마침 호텔에서 멀지 않았다. 지도를 켜 보니 식당 가는 길에 공원도 하나 있었다.
이름하야 '캉러공원 _ 康樂公園 (건강하고 즐거운 공원)'.
공원을 들러 가는 것이 중요했다.
역시나 캉러공원(康樂公園)을 지나면서 엄마는 "여기가 제일 좋다!" 라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사실 여행 일정 내내 일기 예보가 좋지 않았다. 나흘 내내 비구름이 그려져 있었다. 예보만 본다면 여행을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기도 많이 하는 엄마 덕인지 여행을 멈출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아침 저녁에 살짝 내린 비가 식당으로 가고 오는 산책길 공기를 깨끗하게 해 주었다.
식당 이름에서부터 '우리 가족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없다!'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가벼운 국수와 죽(油条 추가), 계란, 딤섬 같은 것들을 주문했다. 대단치 않은 메뉴였다. 하지만 '외국 음식은 정말 입맛에 안맞아.' 라고 생각해 온 엄마의 의식을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정말 맛있는 식당이다.
어른들 다니는 패키지 여행 상품으로 해외 여행에 질린(?) 엄마에게 여행이 여유롭고 즐거운 것임을 알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부러 서두르지 않았다. 식탁 앞에서 땡기는 음식을 바로 골랐다. 그냥 앉아 있고 싶을 때는 앉고, 가고 싶을 때 가려고 했다. 우리들의 속도대로 - 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대로 - 누릴 만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여행이 되기를 바랐다. 이제 나도 조금씩 여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지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속도 보다 방향에 더 집중하는 것.
항상 밥 한 공기, 김, 김치로 뚝딱 하던 엄마의 식사가 자식들과 앉아 새로운 음식을 하나씩 맛보는 식사로 바뀌는 것.
이 방향 전환으로 엄마가 얼마나 즐거운지, 딱 봐도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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