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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세계여행/2017 대만홀릭

[회갑기념 대만여행] 대만의 아침 : 샴푸 마사지

아침 식사 전에 작은 이벤트처럼 미용실에 다녀오면 특별한 하루가 시작되지 않을까?!


해서,

하루 전에 호텔 앞 미용실에 찾아가서 샴푸 마사지를 예약해 두었다. 


"남자 1명, 여자 3명 샴푸 되나요~?"

"기본 코스인가요? 알겠습니다~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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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날 밤 늦게 대만에 도착해서 피곤할 만 한 후발대 (엄마와 동생)에게 오늘 아침에는 세수만 하고 머리는 감지 말라고 당부해 두었다. 


9시 정도에는 생각해 둔 식당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서 아침을 먹으려고 미용실에는 8시 정도에 입장했다. 우리들 4명 손님을 맞으려고 일찍 문을 열고 기다리던 것인지, 원래 영업시간이 이른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당당하게 입장한 나에 비해 미용실 직원은 수줍고 친절하게 우리를 반겼다.


넷이 거울 앞에 나란히 앉으니 왠지 웃음이 났다.


"키득키득키득~~"



외국인 헤어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겨본 적이 있을 리가 없다. 말이 통하지 않는 디자이너들이 우리 뒤에 한 명 씩 자리를 잡았다. 우리는 엄마 뒤에 선 직원이 엄마의 아들(내 남동생)을 닮았다며 웃었다.


자리에 앉자, 귀여운 잔에 따뜻한 차 또는 커피를 한 잔 씩 가져다 준다. 


세면대에 눕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샴푸를 해 준다. 두피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 시원하게 감겨주고, 디자이너 재량껏 머리나 어깨 등 약간의 마사지도 해 준다. 



우리 나라 미용실에도 샴푸 서비스가 있다. 대만의 샴푸 마사지가 특별한 이유는 샴푸를 하는 중에 포함되는 아기자기한 서비스 때문이다.


설레임과 긴장 사이에서 나 혼자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여동생이 깔깔거리기 시작했다. 옆 자리에 앉은 엄마의 머리가 닭벼슬처럼 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회오리, 뿔, 하트, 리본.. 작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사진 찍으라고 비켜주기까지 하신다.







저녁에 엄마가 '오늘 하루 정말 완벽했어~!'라며 즐거워했는데, 샴푸하러 간 것이 바로 그 시작이었을 것이다. 머리를 깨끗이 감고 드라이한 머리로 하루를 시작하려니 발걸음마저 가벼웠으니 말이다.


모두 말끔하게 드라이하고 여행 시작


묵은 때까지 벗겨낸 기분이었다. 앞으로 어디를 여행하든지 샴푸 서비스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상쾌했다. 화사한 미용실 조명 아래서 산뜻하게 한 컷 찍고 아침을 먹으러 출발했다. 


하루 종일 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피곤이 덜 했던 것이 아마도 아침 샴푸 마사지 덕분이었던 것 같다. 가볍게 스타일링까지 해 준 덕에 사진 찍힐 때도 어찌나 자신감이 솟아나던지! 


샴푸를 받은 것은 정말이지, 대만다운 깜찍한 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