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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기록/Artist

궁서체 쌍자음 (궁서체 마지막 시간)

2016-11-22


월요일 수업을 하루 빠졌더니 진도 따라잡기 바쁘게 세 시간을 보냈다.

궁서체 자음과 모음을 합쳐서 조금씩 연습하던 것에서 이제 오늘을 마지막으로 궁서체 정자체는 마무리한다.


같은 자음이라도 어떤 모음과 만나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어떤 모음에 어떤 모양의 자음이 따라 붙는지 달달 암기하기보다는 많이 써 보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구도를 생각하여 익히는 것이 좋다.


궁서체를 쓰면서 특이한 점은, 마음 속에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과감하게 점을 찍거나 각도를 조금 더 확 꺾어 올릴 때 더 예쁘다는 점이다.

그동안 궁서체 글씨를 이렇게 자세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한 글자, 한 글자 적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타이핑을 치면서도 글자의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찬찬히 음미하게 된다.


그림 그리기 수업을 들을 때와 비슷한 깨달음이 생긴다.

사물이든 글자든, 아니면 사람이든, 자세히 보면 대충 볼 때보다 아름답다.

비슷하게 생긴 줄 알았던 'ㅅ' 하나에도 구체적으로 뜯어보니 다양한 특징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선생님이 'ㅈ' 과 'ㅊ'을 가르쳐 주면서 이것들을 배우면 'ㅅ'을 다시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하셨다.

'ㅈ'과 'ㅊ' 안에 '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데, 짧은 가로선으로 기준을 잡아준 후 그 아래에 똑같은 'ㅅ'을 그려 주면 되었다.

정말 'ㅈ'과 'ㅊ'을 배워 써 보니, 'ㅅ'을 다시한 번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살면서도 그런 일이 있다. 하나가 전부인 줄 알고 그 일에만 최선을 다하다가 다른 일을 또 해보면 기존의 일이 전부가 아니라 일부였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있다. 겸손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통찰.. 



내용이 담긴 글씨를 써 본다.

판본체는 '가로로 약간 넓은 직사각형' 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데, 이건 그렇지가 않다.

궁서체를 쓸 때는 오른쪽의 세로선 혹은 받침을 기준삼아 쓰면서 자음과 모음의 크기를 자연스럽게 조정해 가며 써야 한다.

글씨가 아직 자리를 잘 못잡은 모양이다.



단자음을 많이 연습해서 그런지, 쌍자음은 비교적 잘 써진다.


하루 수업을 시작하면, 붓이 손에 익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굵기도 마음대로이고, 뾰족한 표현은 잘 되지도 않는다.

수업 중반 쯤 되면 (약 30분 이상 붓을 움직이다 보면) 점점 자연스럽게 힘을 줬다 뺐다 할 수 있게 되고 붓의 느낌도 손목까지 살아 전달 되곤 한다. 






잘 쓰진 못했지만, 오늘의 마무리 캘리다.


"친구삼아 걷고싶네"


캘리그라피를 배우는 나의 마음을 표현해 주는 글이기도 하다.

글씨를 그림같이 쓸 수 있게 되면 살면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그것을 잘 표현해 줄 수 있는 친구가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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