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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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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 눈이 펑펑 2017. 11.25 (토요일) 삼청동길-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눈이 소복소복 내리기 시작하더니 별안간 함박눈으로 변했다. 아주 잠깐 내린 눈이었다. 순식간에 '로맨틱 삼청' 으로 만들어 버리곤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거짓말 같았을 눈이다. 오전의 삼청동은 조용했다. 카페의 메뉴판을 보자마자 우리 둘은 동시에 한라봉 오미자 블렌딩 티! 나도! 를 외쳤다. 따뜻하고 상큼한 향이 입 안 가득- 스윽-슥- 스케치하는 연필 소리와 부드러운 붓질의 감각이 좋다. 가족들과의 수다+조식 그리고 그림 소풍으로 이어진 이 날의 아침은 겨울인데도 유난히 즐겁고 따뜻한 날이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삶은 당신과 나의 관계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살아있음의 의미를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다. 사쿠라와 하루키의 만남은 나에게 삶의 의미, 관계의 의미, 선택의 가능성을 이야기해 주었다. 영원히 '내일'이 있을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삶은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의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날이 언제인지 모르고 산다는 것이 결코 삶을 연장시켜주지도 않는다. 짦은 삶동안 만나는 나의 가족과 친구가 결정적인 삶의 요소인 이유이다. 추가로 있을 다른 인연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현재 맺고 있는 인연을 내 삶의 주요 등장 인물들로 인식해야 한다. 사쿠라에게 하루키가 그러한 유일한 친구가 되어 주었고, 그 이후에 또 그런 친구가 없는 채로 삶을 마감한 것처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이 표현은 사쿠라와 하루키가 서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