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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세계여행/2017 대만홀릭

엄마 회갑여행을 계획하다. 대만으로!

엄마, 대만 갑시다!


아주 먼 옛날, 엄마는 환갑 때 가족 여행을 가고 싶다고 '통보' 하셨다.

오래 전에 한 이야기 이긴 하나, 우리 엄마의 특성상 그것은 진심이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평생 소원인 듯 툭, 떨어뜨린 이야기를 큰 딸은 스윽 집어서 마음 속에 넣어 두고 있었다.


제주도 정도를 생각하고 계셨던 듯 하나, 기왕 평생 한 번 뿐인 회갑 여행 가는거 해외로 가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드리자 싶었다. 당뇨 때문에 가뜩이나 음식을 가려 드시고, 나이도 나이인지라 잠자리도 중요하다. 회갑잔치인 만큼 좋은 경험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나라를 고르다보니 아시아 쪽을 살펴보게 되었다. 요즘 60세의 근육과 관절은 지친 삼십대 중반보다도 튼튼하시기 때문에 보통 수준의 다이나믹함은 재미를 더해주리라.


구글 지도를 이리 저리 살펴 보고 카약도 몇 번 검색해 보다가, 적당한 곳을 찾았다.


대만.


나도 오래 전부터 한 번 가 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기회가 되지 않아 가지 못했던 곳이다.

먹방에 딱 좋은 야시장이 있다.

야시장 음식들이야 엄마 입맛에 안 맞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남부 음식 중에는 먹을 만한 것이 무지하게 많기 때문에 순한 것으로 내가 잘 골라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가도 적당하고 중국어도 통하니까 고급지게 원하는 코스를 안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여행을 함께할 일행을 모으기 위해 가족 카톡을 열었다.


그리고, 엄마 소환.


나: "엄마~ 대만 갑시다!"


엄마: "비행기 값은 내가 내마"


여행 준비


1. 회사 휴가

보수적이고 권위적이고 쫌스럽다고 생각한 우리 회사에 보석같은 취업규칙이 있었다.

2월 마지막 주 주일과 3.1절 휴일 사이에 이틀 경조휴가를 냈다.

기안서를 올렸으나 몇 일 동안 감감무소식.

아무래도 "이런 휴가는 처음이야" 라며 결재권자마다 고민하는 시간이 걸리는 듯 했다.

하루 하루 찜찜한 날을 보내다가, 이제는 정말 비행기 티켓을 발권해야 하는 마지막 시점이 다가왔다.


결재권자 1은 이렇게 이야기하며 승인 도장을 찍었다.


"회갑휴가? 이런 휴가가 다 있냐? 칠순휴가는 안된다더냐~?"


결재권자 2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했다.


"잠깐 올라와봐요~"


잠깐 올라오라고? 안된다고 하면 뭐라고 해야하나 고민하며 올라가 봤다. 긴장된 얼굴로 올라가 노크를 하고 총무부 이사님께 다가갔더니, 뜬금 없는 봉투 한 장을 건네신다.



"움마, 생각도 못했는데.....ㅇ.ㅇ...! 감사합니다..!!"

"허허~ 회사에서 챙겨 주는거에요~"


휴가계는 예상외로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2. 4인조 결성

일행은 총 넷으로 정해졌다. 

일정이 안맞는 사람들은 빠지고, 새로운 가족인 우리 신랑까지 '배우자 부모의 회갑'으로 경조 휴가를 신청했다.

엄마와 나, 신랑, 개강을 앞둔 여동생, 작년에 제천으로 양파 축제와 온천 여행을 다녀왔던 멤버다.

죽이 잘 맞는 편이다.


네 장의 티켓을 예약하는데 여권 정보가 필요했다.

엄마의 여권을 보는데....


"유효기간 : 2017년 2월 28일"


어렵게 휴가를 낸 것이 2월 27,28일이고, 우리는 3월 1일에 귀국하려 했는데 엄마의 여권 만료일이 바로 그 날이었다. 여권을 가장 먼저 확인했어야 하는데.. 이제야 알다니.


부랴부랴 가장 빨리 여권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구청(토요일에도 업무를 하는 구청)을 알아봐서 엄마를 보냈다.

여권사진도 급하게 찍고, 택시를 타고 오전 안에 구청에 도착해야 했다.


빠르게 움직여서, 결국 여권은 다음 주 월요일, 2월 27일 오후 2시에 발급되었고, 엄마의 비행기 티켓은 그 날 저녁 8시 출발하는 일정으로 예약하게 되었다. 해외까지 가는데 2박 3일밖에 되지 않아서 아쉽다는 엄마는, 잠도 자지 않고 여행을 하겠다고 들썩였다.


우리 부부가 하루 먼저 가고 엄마는 동생과 하루 늦게 왔는데, 여행이 끝나고 보니 이것이 하늘의 뜻이었나 싶다. 우리가 먼저 가서 교통수단이며 숙소 등을 다 준비해 둔 것이 편한 여행을 만든 큰 이유가 되었다. 


3. 여행 코스 준비

대충 가서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기에는, 엄마의 회갑이 딱 한 번 뿐이었다. 융통성있게 일정을 조율하더라도, 정보가 부족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교보문고에 가서 대만 여행 관련 책을 쌓아 놓고 읽었다. 

벼락치기로 준비해서 모든 관광지를 섭렵할 수는 없겠지만, 제일 가고 싶은 곳이나 꼭 가봐야 할 곳 정도는 정할 수 있었다. 날씨나 컨디션에 맞게 대안을 정해야 할 수도 있으니 공부는 해 두는 게 좋겠다 싶었다.


알면 알수록 자유로워지는 것이 여행이고, 인생이니 말이다.



맛집이나 꼭 먹고 싶은 음식은 아예 사진을 찍어 두었다.



출처: <대만맛집>


나는 엄마와 동생이 오기 전 날 우리 부부가 하루 잘 숙소를 예약하고, 

신랑은 3일 간 사용할 와이파이를 예약하는 것으로 

사전 여행 준비를 마쳤다.


숱하게 다녔던 중국 본토와는 또 다를 대만이 기대 되었다.

그리고 난생 처음 떠날 엄마와의 해외 여행이 더 기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