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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별, 세계여행/독일에 Bahn 하다

Goethe Institut 주한독일문화원 독일어 수업

주한독일문화원, 일명 괴테문화원에서 독일어 수업을 들은지 5개월이 되었다.

지금 A2.1 반의 절반 정도 지났는데, 어설픈 수준으로 간단히 일기를 쓴다거나 더듬거리며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6시에 퇴근해서 허겁지겁 저녁을 챙겨 먹을 때도 있고 빈 속에 수업에 들어갈 때도 있다.

수업에 집중하다 보면 당이 떨어져서, 쉬는 시간에 쵸코릿이든 무엇이든 입에 넣기 바쁘다. 누가 주는지 신경도 못쓰고 무조건 입에 넣게 된다. 월, 수, 금 하루 2시간 45분씩 수업을 듣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참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


1. 수업 방식

역동적이다. 교재 두 권과 유인물을 바쁘게 오가며 많이 읽고, 말하고, 듣고, 쓰게 시킨다. 


교재는 한 권에 2만원 씩 총 2권이라 한 사람 당 4만원씩 필요하다. 비싸지만 잘 만들어진 교재인데다 수업시간에 150% 활용하기 때문에 아깝지 않다. 수업 때마다 나오는 숙제도 풀어야 하고, 어플과 함께 사용하면 듣기 클립도 들을 수 있다.


독일어로 진행된다. 완전 기초 단계 (A1.1~1.2) 담임 선생님들은 수업시간의 약 5% 정도는 한국어를 사용해서 이해를 돕기도 했다. 괴테문화원은 교실마다 시청각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스피커도 좋고, 커다란 모니터는 interactive 전자칠판이다. 선생님들은 모두 이 시설을 잘 활용한다. 필요할 때는 인터넷에서 바로 검색해서 그림으로 단번에 단어를 이해 시키기도 한다.


두 달의 과정동안 총 3번의 시험을 본다. 3과가 끝나면 한 번 씩 TEST 가 있는 셈이고, 대략 2주 정도에 한 번 시험을 본다. 이 시험 점수와 수업 참여 점수, 역시 3번 정도 내 주는 쓰기 숙제에도 '첨삭'과 함께 점수가 매겨진다. 


모든 점수를 평균하여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 결정된다. 지금까지 잘 통과해 오기는 했으나 지난 3,4월에는 긴 출장이 많아 정말 아슬아슬했다. 남편은 시험을 두 번이나 못봤는데도 통과한 것을 보면, 시험도 중요하지만 그 외의 점수도 고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A1.2 반에서는 약 15%의 학생들이 A2.1로 진급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 선생님들

기본적으로 교안이 잘 짜여져 있어서 누가 가르치더라도 동일한 내용을 배울 수 있지만, 수업 방식은 선생님에 따라 차이가 많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다섯 분의 선생님을 만났다. 한국인 네 분, 독일인 한 분. 여자 선생님 네 분, 남자 선생님 한 분. 어떤 선생님은 나랑 잘 맞고, 어떤 선생님은 인간적으로 참 좋고.. 가끔 지루한 분도 있었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주고 여러번 다시 설명해 주신다. 어떤 분은 설명을 대충 하는 분도 있었다. 

한 반의 선생님은 보통 두 분씩 배정이 되는 것 같다. 선생님들끼리 일정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한 것 같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가급적 다양한 발음을 노출시키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3. 학생들

수업시간에는 항상 동그랗게 네 그룹으로 묘여 앉는다. 한 테이블 당 4-5명 정도가 된다.

함께 공부하는 반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는 각자의 이유가 있다.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제일 많기는 하다. 전공도 다양한데 보통 예술쪽, 아니면 공학쪽이다. 성악을 전공하는 학생은 수업 시간에 발표하는 목소리도 엄청나다. 울림이 다르다. 나처럼 독일에 가서 살고 싶은 사람들도 가끔 있고, 최근에는 '취미'로 독일어 공부를 하시는 분도 있었다. 비싼 취미다.

학생들의 수준은 꽤 높다고 생각한다. 나도 독학 겸 인터넷 강의를 몇 개월 정도 듣고 들어가서 맨 처음 반에서 헤매지 않을 수 있었다. 독일어가 전공인 학생도 있고, 같은 문화권의 영국에서 온 외국인도 있다. 다른 학원에서 문법을 한 번씩 공부하고 오는 학생들도 꽤 있다. 무엇이 좋다고는 할 수 없고, 수업만이라도 열심히 따라가면 그들보다 뒤쳐지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은 알차다. 배운 단어와 문법으로 나의 이야기를 자신있게 하려고 노력만 한다면 충분할 것이다. 

왕초보 반에서 수업을 거의 따라가지 못하던 학생 한 명이 drop 한 경우도 한 번 있기는 하다. 수업만 대충 듣는다고 따라갈 정도로 쉽지는 않다. 선생님이 도대체 뭐라고 하시는건지 '열심히' 이해하려고 집중해야만 한다. 숙제도 그렇고 시험도 그렇고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만 해낼 수 있다. 


4. 활동 (개인) 

괴테문화원에서의 독일어 공부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언어를 배우며 그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 지난 주에는 괴테문화원 설립 50주년이라고 축제를 했다. 저녁에만 잠깐 다녀왔는데 쿠폰을 사서 음식을 조금 사 먹고,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라 내가 반장님이라고 부르는) 지난 반 학생 한 명을 잠시 만나 근황토크를 했다. 행사 일정에 DJ-ing 도 있어서 가 봤더니 음... 뭐랄까,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젊은(?) 학생들은 잠시 들렀다가 다들 시청쪽에 놀러 갔다더라.


* 지난 달에는 신랑과 남해 독일 마을에 다녀왔다. 지난날 한국의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삶을 통해 독일에서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정말 작은 독일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5. 

이제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다.

5개월 쯤 다니니, 독일의 학교에 지원을 준비하거나 이민 비행기 표를 끊는 사람들, 독일로 잠시라도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다들 독일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나도 결국 가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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